처음에는 전근대사만 59강, 경제사회문화, 근현대사까지 포함하면 140강에 육박하는 분량을 보고 놀랐습니다. 강의당 시간이 짧은가 하고 들여다보면 또 그것도 아니어서 두번 놀랐습니다. 그러나 59강을 들은 지금은 그 분량이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는 공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인 이상 망각은 필연적이고 이는 다시 채워 넣어야 합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물을 붓는 속도가 빠를 때, 비로소 독이 채워지고 합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중석 선생님은 밑 빠진 독에 물에 배경설명이라는 녹말을 잘 개어서 녹말풀을 부어주십니다. 녹말을 개느라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끈적해진 녹말풀은 잘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붓는 속도가 빨라지는 시점은 결과적으로 훨씬 빨리 다가옵니다. 이것이 제목의 '느리지만 가장 빠른 강의'인 이유입니다.
단순한 암기법들은 잠깐 고민하면 저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에 의해 암기법끼리 섞이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분명 다가옵니다. 반면에 이해에 기반한 암기는 절대 섞이거나 혼동이 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해시키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중석 선생님은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합니다.
대학교 역사 교양보다도 훨씬 이해가 깊고 얻어가는 것이 많은데 심지어 재밌습니다. 시험을 대비한 강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교양강의나 이 강의나 돈 내고 듣는건 똑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과장 섞지 않고 공부 시간 중 이 강의를 듣는 스케줄이 가장 기다려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일정 주기마다 풀어야 하는 데일리 테스트(강의첨부파일)은 별로 기다려지진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착실한 이해로 시험에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망각하지 않게 배경을 버무려 주는데 재밌는 강의입니다.
ps) 가끔 정치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시는게 누군가에겐 거슬릴 수 있겠으나, 제 생각에는 별 문제가 아닙니다. 웬만하면 좌우 균형 있게 의견을 개진하시는 편이며 저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제 생각과 일치하는 발언과 상반되는 발언이 50:50 수준이라 전체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불편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제가 가진 오류가 발견될 때도 있을 정도로 논리적인 의견입니다. 그 외에 경우에는 가치관 차이인 경우에 불과해 이 정도 정치적 의견은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역사 수업을 하면서 권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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